출범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한국프로야구. 후배들의 일탈로 시작된 사태에 야구 원로 모임인 일구회가 공식 사과문을 내놓고 대신 고갤 숙였다. 일구회 원로들은 이번 사태가 후배들만의 잘못이 아닌 선배들의 책임이 크다는 데 동의하고, 모범과 교육을 통해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한국프로야구는 출범 40년 이래 최대 위기다. 코로나19 술판 사태로 시작해 초유의 리그 중단과 도쿄올림픽 노메달 참사, 일부 선수의 음주운전과 대마초 사건이 연속안타처럼 이어졌다. 프로야구를 향한 팬들의 환호도 어느새 ‘혐오’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뀐 지 오래다. 자칫 야구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프로야구 원로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가 후배 선수들을 대신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일구회는 8월 11일 프로야구에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음주운전 등에 운동균 회장의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구회는 “최근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상황 속 잇따른 추문과 도쿄올림픽에서의 아쉬운 성적 등으로 팬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양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공헌 등 질적 성장은 더뎠다. 이는 현역 선수만의 문제가 아닌 야구 선배들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은퇴 선수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고갤 숙였다. 이어 “우리 야구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한 뒤 “거액의 연봉이나 천만 관중과 같은 양적 성장만 중시해온 게 한국 야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사회와 팬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국 야구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일구회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의해 은퇴 선수들이 여러 학교를 돌며 방과 후 수업 등으로 힘을 보태겠다. KBO, 구단과 연계해 신인급 선수를 대상으로 한 교육 강화에 힘쓰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끝으로 일구회는 “야구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점에 관해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일구회의 사과는 후배 선수들의 일탈에 선배 야구인들이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엠스플뉴스는 일구회가 사과문 발표를 결정하게 된 과정과 이번 사과문 발표의 의미, 야구 원로들이 바라보는 야구계 위기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을 통해 들어봤다. “야구 원로들, 후배들만의 잘못 아냐…우리가 돌 던질 자격 있느냐 자성 목소리”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잠실야구장. 프로야구는 지금 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잠실야구장. 프로야구는 지금 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오늘 일구회에서 발표한 사과문을 확인했습니다. 야구 후배들의 각종 일탈 행위를 원로 선배들이 사과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사과문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지난달 20일 경부터 기자회견을 열자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고, 프로야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니까요. 김인식 전 감독님, 강병철 전 감독님, 현역에 계신 감독님들과 우리 일구회 회장단이 모여 잠실야구장 2층에서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오진 못하더라도, 풀기자단이라도 모셔서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기자회견 대신 사과문 발표로 대신했습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에 대한 서울 강남경찰서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도쿄올림픽 상황을 지켜본 뒤 진행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올림픽이 좋지 못한 결과로 끝났고, 강남경찰서도 계속 수사가 진행 중이라 언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키움 송우현 사건까지 터지는 바람에, 기자회견만 기다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팬들이 납득할 만한 사과문이라도 먼저 발표하는 게 순서라고 판단해서 발표하게 된 겁니다. 사실 코로나19 술판 사태나 음주운전 등 사고를 친 건 후배 선수들이지 선배들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선배 야구인들이 사과문을 발표할 필요성을 느낀 이유가 있을까요. 사안이 중대하다고 봤습니다.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야구인들은 뭘 했느냐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야구인들 스스로 자성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우리가 먼저 대안을 내놓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일조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한 달간 벌어진 사건들로 야구인들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원로 야구인들도 참담한 마음일 것 같습니다. 다들 안타까워하시죠. 그러면서도 후배들만 잘못한 게 아니다, 우리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더하면 더했지 후배들에게 돌 던질 자격이 있느냐는 말씀을 많이들 하십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으로 고교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결국은 교육입니다. 우리 야구계가 사실 교육이 부족해요. 오직 야구만 바라보고, 앞만 보며 달려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KBO에서 연 1회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한번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잖아요. 구단에서 원한다면, 우리 선배들이 찾아다니면서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고교 선수 교육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 줬으면 합니다. 우선은 우리 일구회가 각 구단과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보다는 인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기꺼이 동참할 생각압니다. 야구 선배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겁니다. 프로야구가 지금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선수들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역 선수들의 잘못도 있지만 은퇴한 선배들, 원로들도 할 말이 없다는 게 중론이에요. 이렇게 될 때까지 사실상 방조를 한 셈이라, 우리 역시 자성할 필요가 있어요. 일구회가 선수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프로야구선수협회와 잘 공조해서 선수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구회에서 최근 각종 야구계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내 야구장 보존 문제, 야구장 관중 입장 확대 문제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고 이번 사태에도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야구계 현안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몇이나 되겠어요. 우리 일구회라도 나서서 프로야구가 올바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죠. 후배들에게도 든든한 선배들이 있다는 걸 이런 기회를 통해 알게 해야죠. 그래야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필요할 때는 후배들에게 충고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앞으로도 현안이 생길 때마다 뒤로 숨지 않고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https://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1&b_idx=99769828.000#07D0